버냉키의 <21세기 통화정책>은 매우 연준중심적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좋았던 부분도 있다. 정책 입안자들의 decision making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고찰을 가감 없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연준 친화적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파월의 우유부단함을 옹호하는 모습이나 그린스펀의 정책에 대해 무조건 옹호하고, 버냉키 자신의 정책을 합리화하는 그의 해석은 통화정책에 관한 다른 해석들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에드워드 챈슬러의 <금리의 역습="">이다.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하이에크가 주장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특히 챈슬러는 초저금리를 맹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1부는 금리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고대 바빌론에서부터 19세기 영국까지의 이자 이야기를 다룬다. 이자와 금리가 죄악시 되던 고대와 중세 시대에서 살아남은 금리라는 개념이 왜 필연적인지를 이야기하고 이를 거스르고 저금리를 도입했을 때 사회에 어떤 비극적인 일들이 발생했는지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로의 미시시피 주식회사 버블이다. 그러면서 챈슬러는 저금리가 발생할 때마다 이후 금융 위기가 찾아왔으며 체제는 대가를 치렀다는 이야기를 전한다.금리의>
2부와 3부는 초저금리가 낳은 뉴노멀시대의 부작용들을 열거하는 것으로 채우고 있다. 정말 다방면으로 초저금리의 부작용을 연구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21세기의 모든 문제는 대부분 초저금리로부터 시작된다. 자산 시장 거품,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과의 격차,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소득 불평등과 저출산 그리고 연금 문제까지 모두 그린스펀의 이지머니와 버냉키의 QE로부터 파생된다. 초저금리는 실물경제의 성장과는 거리가 먼 레버리징을 이용한 금융경제 성장에 기여를 한다. 초저금리 시대에 캐리트레이드, 듀레이션 리스크와 변동성 리스크와 같은 금융공학의 산물들은 실체 없는 성장을 이끌었고 이로 파생된 이득은 상위 1%가 가져갔다. 시장의 거품과 불평등은 양성 피드백을 거쳐 계속 늘어난다. 중앙은행이 이 기간동안 풀어낸 화폐는 곳곳으로 스며들어 갔다. 허황된 사업 이야기를 하는 유니콘 기업들은 자사의 가치를 부풀려도 투자를 받아낼 수 있었고 기업은 레버리지를 통해 자사주를 매입하여 기업 가치를 왜곡시킨다. 듀레이션 리스크를 즐기는 이들은 22세기에 상환되는 채권도 매입한다. 수익만 낼 수 있다면 유동성이 떨어지는 상품도 구매한다. 이 모든 것은 초저금리로부터 발생한다. 그러면서 챈슬러는 금융위기마다 심하게 개입하여 금리를 내리고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과 이들의 근거 없는 2% 타겟팅,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중앙은행의 환상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 수준까지 다시 올라왔다. 시장 참여자들은 내년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팽배할 때 이 책은 저금리라는 마약의 문제를 다시 상기시킬 수 있게 해준다. 챈슬러는 따로 뉴노멀 시대에 대한 제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책 마지막에 리먼 파산 이후 아이슬란드의 통화정책이라는 대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모든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기 시작하던 2008년, 다른 중앙은행과 다르게 QE를 하지 않고 인플레이션과 불황을 받아들이고 고금리와 높은 실업률 그리고 부실 은행의 파산을 그대로 마주하던 아이슬란드는 10년 후 다시 일어섰다. 금리를 내린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높은 저축률을 보이는 아이슬란드는 부채 수준, 경상수지, 재정수지 등 모든 부문에서 건전한 경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와 QE만이 답이 아니었던 것이다. 긴축을 하고 위기를 만든 문제의 당사자들을 처벌하고 부채를 줄여갔으며 일반 차입자들을 도왔다. 사실 리먼 파산 이후 미국에 가장 필요했던 조치고 어쩌면 지금도 유효할지 모른다.